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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릴리와 찌르레기" 사소한 것에서 오는 행복.

by 뚜디띠 2022. 12. 1.

 

1. 설명할 단어조차 없는 슬픔.

 

주인공 릴리는 넓은 마당이 딸린 예쁜 집에 살고 있습니다. 마트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릴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시간을 내어 멀리 떨어져 있는 남편을 방문합니다. 남편은 심리와 치료목적으로 치료시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열심히 말을 걸어보지만 어쩐지 크게 반응이 없는 남편 잭. 영화 초반에는 직접적으로 그들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지 않지만 그들의 어린 딸이, 아주아주 어린 딸이 하늘나라로 떠나고 부부는 지금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모를 잃은 아이를 고아라고 부르지만 잃은 부모를 칭하는 단어는 우리나라에 없습니다. 단어로 차마 나타낼 만큼 상실의 크기를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잭은 입원 치료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릴리 역시 그 아픔의 크기는 잭과 똑같을 테지만 릴리는 이겨 내보고자 합니다. 억지로라도 밝은 목소리로 잭을 살피지만 끊임없이 아이를 잃은 상실감으로 빠져들고 맙니다. 두 사람의 사이도 이렇게는 오래갈 수 없을 것 같아 릴리는 또다시 슬퍼지고 맙니다. 잭과 달리 회복의 의지가 강한 릴리는 그동안 외면하고 있던 어린 딸의 방에 들어가 그녀의 부재를 또다시 온몸으로 받아들입니다. 하나둘 아이의 물건을 치웁니다.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 아이가 떠난 인생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화초도 샀습니다. 열심히 밭을 가꿉니다. 이런 일들에 몰두하다 보면 릴리의 마음속 상처도 조금은 아물어 있지 않을까요. 

 

2. 방해꾼 찌르레기의 등장.

 

온 정성을 다해 텃밭을 가꾸는 릴리를 방해하는 방해꾼이 나타났습니다. 한 쌍의 아주 자그마한 새가 텃밭에 있는 릴리를 돌아가며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여기는 내 텃밭인데? 원인을 알 수 없는 공격에 릴리는 당황합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텃밭 일을 할 때마다 사정없이 쪼아대는 새 때문에 릴리는 헬멧까지 착용하고 경계 태세를 갖춥니다. 헬멧도 소용없다는 듯 점점 더 심해지는 공격에 격분한 릴리는 돌을 들어 새를 맞춥니다. 씩씩거리던 릴리는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한 새를 보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깨닫고 놀라고 맙니다. 그리곤 정신과 의사자 수의사 일을 하는 래리를 찾아갑니다. 래리는 릴리가 추천받은 정신과 의사이지만 그전에는 조금은 크게 도움을 받지 못하고 기분만 상한 채로 서로 사이가 좋지는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수의사이기도 하니 곧바로 그가 생각난 것입니다. 래리는 그 새가 찌르레기라고 말하며 치료를 도와줍니다. 그리고 두사람은 찌르레기를 사이에 두고 진솔한 마음의 대화를 합니다. 극복의 의지는 있지만 자신의 문제점을 직면하기 두려워했던 릴리는 이제는 조금씩 그것들을 마주하며 래리와의 상담을 이어갑니다.

 

3. 찌르레기도 잭도 모두 치유되다.

 

릴리와 잭은 사랑이 넘치는 커플이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아이를 잃는 슬픔을 겪었지만 여전히 서로를 깊게 사랑합니다. 릴리는 매주 잭에게 면회를 하러 갈 때마다 그들만의 아이템인 달콤한 간식을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잭은 슬픔에 잠겨 그것을 열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죠. 입원시설에서 상담 치료를 계속하며 드디어 방 한구석 쌓여있던 릴리가 매주 가져와 줬던 봉투를 열어본 잭. 휘몰아치는 감정, 잭은 드디어 릴리와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신이 아이를 잃은 릴리의 슬픔을 얼마나 오래 외면해 왔는지, 자신만의 감정에 빠져 했던 행동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여과 없이 느낍니다.  릴리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을 전하는 잭. 그것만으로도 릴리는 아주 큰 힘을 얻습니다. 릴리의 극진한 간호에 찌르레기는 건강을 되찾고 남편 잭도 건강하게 릴리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영화는 아이를 잃은 큰 슬픔을 아주 소소한 것들로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먹고, 자고, 일하고, 텃밭을 가꾸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런 것들을 공유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들로 상실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오지만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헤매고, 방황하다 도저히 방법을 찾지 못하면 영화 초반의 잭처럼 자신만의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슬픔을 용감하게 마주하고 매일 찾을 수 있는 사소한 기쁨과 행복들을 온전히 느끼면, 결말의 릴리와 잭처럼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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